'소리의 품격'이 다르다…오디오를 켜면 눈앞에 音像이 펼쳐진다

입력 2020-12-03 17:59   수정 2020-12-04 02:10


작은 떨림과 함께 바이올린의 보잉(활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내 부드럽고 우아하게 선율이 흘렀고, 중간중간 조심스럽게 내뱉는 연주자의 호흡이 미세하게 느껴졌다. 절정에 이르자 연주자의 손과 어깨는 더욱 격정적으로 움직였다. 그는 활의 탄력을 이용해 바이올린 몸통으로부터 묵직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내 앞엔 ‘바이올린의 여제’ 안네 소피 무터가 서 있었다.

공연장에서 무터를 본 게 아니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에디토리’ 청음실에서 1993년 발매된 그의 앨범 ‘카르멘 판타지’를 꺼내든 것이다. 무터와 빈 필하모닉이 쥘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에 나오는 ‘명상곡’을 함께 연주했다. 비록 혼자 청음실에 있었지만, 공연장에서 이들을 본 것처럼 그림이 그려졌다. 1억원대 이탈리아 하이엔드 오디오 ‘소너스 파베르’가 가져다준 환상이었다. 하지만 그 환상은 현실처럼 생생하게 다가와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하이엔드 오디오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 감동 때문 아닐까.

하이엔드 오디오의 범위는 전문가마다 다르게 책정하지만, 넓게는 1000만원대부터 얘기할 수 있다. 국내에선 10억원대면 최고가에 속하고, 해외에선 그보다 높은 가격으로도 유통된다. 물론 ‘이 비싼 걸 왜 사는 거지’라며 이해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하이엔드 오디오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전엔 소수의 애호가가 즐기는 게 전부였다. 최근엔 집에 좋은 오디오를 갖추고 음악을 듣거나, 청음실에 들러 음악 감상 하는 것을 하나의 문화생활로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조영직 에디토리 부사장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오히려 3월부터 매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청각은 오감(五感) 중 가장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이다. 사람들은 왜 하이엔드 오디오로 청각을 만족시키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됐을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음악과 리듬은 영혼의 비밀 장소를 파고든다.”

불안의 시대, 우리는 가장 섬세한 감각을 스스로 열어 깊숙이 묻어둔 영혼의 ‘음상(音像)’을 찾으려 하는 건 아닐까.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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